기록

고양이가 눌렀다.

누미 2023. 3. 30. 00:47

빙 채팅의 창작 모드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chat-gpt처럼 DALL-E가 사용되고 그림을 그릴 때는 영어로 명령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등의 목적으로 의심되거나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면 요청이 거부된다.

시험 삼아 그림을 그려봤는데 내가 붙인 제목은 '고양이가 눌렀다'이다.

 

두 번째 그림은 오류가 생겼는지 고양이 앞발이 사람 손 모양으로 그려졌는데 잘못 그려진 게 오히려 더 재미있어 보인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그림은 빙 챗봇의 기능이 아니라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의 api를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챗봇과의 한정된 대화 횟수를 소모하면서 그림을 그릴 것을 명령하는 것 보다는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에 직접 접속해서 명령하는게 낫다.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는 그림을 그릴때마다 부스터라는걸 하나씩 사용하여 그림을 빨리 그려준다는데, 막상 체감해보면 부스터가 다 떨어진 상태에서 그림을 그려도 별 차이는 없다. 자기가 생성한 그림을 저장하거나 공유하거나 링크를 따는 기능은 있어도 삭제하는 기능은 없다. 챗봇에게 물어보면 시간이 지나면 삭제한다고 대답은 하는데 어쩌면 영구보관할 지도 모른다. 현재 그림의 url주소를 몇가지 저장해놨는데 시간이 지나면 정말 그림이 지워지는지 검증해 볼 생각이다.

 

한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의 약관에 의하면 생성된 그림은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없고 저작권은 빙에게 귀속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마음대로 그림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잘라내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는 두 가지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는 인공지능이 만든 컨텐츠는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각에서 지적하는 문제이고 두 번째는 인공지능이 만든 컨텐츠에도 저작권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서 제기 가능한 문제이다.

 

① 인공지능으로 만든 컨텐츠에도 저작권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논의 중인 문제이다. 일개 회사의 약관만으로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만든 컨텐츠에 저작권이 발생할 수는 없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약관의 내용이 어떻든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미 저작권청(USCO)은 2023년 2월 21일 "미국법상 작품의 저작권은 인간 작가에게만 적용된다”며 “AI 혼자 그린 작품의 저작권은 인정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② 저작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도 검토해야 한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가 그리는 그림은 사용자의 사상 또는 감정에 따른 사용자의 표현된 지시로 그려진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그러한 사상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도구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지시에 의해 그려진 것이기 때문에 그 그림은 저작물이 되고 저작권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발생된 저작권은 약관에 의해서 빙에 귀속될 수 있다.

한편 저작권은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누어진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일신전속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약정 등을 통해서도 타인에게 양도될 수 없다. 저작물의 내용을 바꾸는 것을 금하는 권리를 동일성 유지권이라고 하는데 이는 저작인격권에 속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저작자가 될 수 없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으로 명령을 내린 사용자를 저작자로 보는 것은 저작권법의 문언적 해석에도 합치한다. 미 저작권청은 AI생성 이미지의 저작권을 부정했지만 소재 선정(selection), 구성(coordination), 배열(arrangement) 등 사람이 직접 편집하고 집필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므로 저작물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권리는 그림을 그리는 구체적 지시를 한 사용자와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만약 인공지능으로 그린 저작물에 저작권이 인정되고 저작권이 약관에 의해서 AI업체에게 이전되더라도 이는 저작재산권의 이전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업체가 저작권을 이전받는 약관을 근거로 사용자에게 그림의 내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고 사용자가 들어줄 의무는 없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업이 사용자에게 민형사상 불이익 등 어떠한 해악을 고지했다면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므로 강요죄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법리적으로만 따져봤고 보다 정확한 것은 판례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 대체제는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한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 저작권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고단한 길을 자청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