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식

물린 주식 덜 아프게 손절하는 법

누미 2022. 8. 27. 01:20

급등했다가 떨어지는 주식을 보고 줍줍한다고 덤벼들다가 평생 다시는 그 매수가를 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10년이 지나도 다시 그 값이 안돌아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런 종목은 항상 잔고에 자리잡아 전체 수익을 좀먹는 역할을 하고 가끔은 후회와 자기비하 등 불쾌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런 종목은 대체로 오래 들고 있어봐야 배당도 안나온다. 굳이 갖고 있을 이유가 없지만 평균 회귀를 기대(평균에서 벗어난 가격에 샀음에도)하는 심리와 손실을 확정하는 것을 꺼리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처분하기가 어렵다.

 

병신 수용소 계좌를 별도로 만들어서 옮겨 놓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보기 싫은 것을 안보이는 곳에 숨길 뿐이지 나쁜 자산에 묶여 있는 돈을 유용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방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오늘은 그런 종목을 아프지 않게 잘라내는 법이 떠올라서 글을 남겨본다.

 

10,000원에 100주를 매수했는데 매수 이후 10년째 4,000~5000원 박스권에서만 머무는 상황으로 예를 들겠다. 거래비용은 편의상 생략한다.

주가는 4000원이고 잔고에 수익률은 마이너스 60%가 찍혀있다.

4000원에 100주 물타기를 한다. 그러면 단가는 7천원이 되고 수익률은 마이너스 42.9%가 된다.

= ((1,400,000 - 800,000) / 1,400,000) * (-1)

=  800,000/1,400,000 - 1 ≒ 0.42857.....

 

몇 년 기다리다보면 만원까지 가지는 못해도 7천원이 될 때가 오기는 하는데 그 때 팔면 되겠지만 그게 언제일지 기약이 없다. 그 기간만큼 그 돈에는 다른 곳에 투자될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4000원에 200주를 물을 타면 단가는 6000원이 되고 수익률은 마이너스 33.3%(= 1,200,000/1,800,000 - 1)가 된다. 300주를 물타면 단가는 5,500원 수익률은 마이너스 27.3%(= 1,600,000/2,200,000 - 1)이다.

 

물을 많이 탈수록 평단가를 내리는 효율은 떨어진다. 그리고 희망 없는 종목에 추가로 현금을 투입하는게 올바른 일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 볼 수도 있다. 주가가 추가 매수가에서 더 하락한다면 손실 규모는 훨씬 커지게 된다.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간 구조대가 몰살 당한 셈인데 개잡주에 물려있는 돈은 라이언 일병처럼 반드시 살려내야 할 명분도 없다.

 

 

 

이제 본론이다.

 

10,000원에 100주를 매수했다가 4,000원에 물려 있는 데서 다시 시작한다.

100주를 더 산다. 평단가는 7,000원이 된다.

100주를 4500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판다.(4000~5000원 사이에서 움직이므로 종종 올 수 있는 가격으로 가정) 증권사에서 인식한 손실은 2,500원 100주로 25만원이다.

내가 체감하는 손익은 100주를 4000원에 샀다가 4500원에 팔았으니 5만원 이익이다. 그 과정에서 평단가도 낮췄다.

또다시 주가가 4,000원에 오면 100주를 샀다가 4,500원이 오면 판다.

평단가는 7000원에서 5,500으로 1,500원 내려간다. 증권사는 이 거래를 12만 5천원 손실로 기록하고 나는 5만원 이익이 난 걸로 느낀다.

또다시 4,000원에 100주를 매수한다. 단가는 드디어 4,000~5,000원 구간 안쪽인 4,750원이 된다. 주가가 5천원까지는 종종 오기 때문에 4,750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도하면 된다.

이렇게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는 37만5천원 손실을 인식한다. 나는 10만원 수익으로 느낀다.

 

4,500원을 기다리는 과정을 생략하면 단 몇 분만에도 일을 끝낼 수 있다.

4천원에 100주를 매수하자마자 매도한다. 평단가는 7,000원이 되고 증권사는 30만원 손실을 인식한다.

곧장 4천원에 100주를 다시 매수하고 매도한다. 평단가는 5,500원이 되고 증권사는 15만원을 손실로 인식한다.

다시 4천원에 100주를 매수, 매도한다. 평단가는 4,750원이 되고 증권사는 7만5천원을 손실로 인식한다.

평단가가 언제든 올 수 있는 가격인 5천원 안으로 들어왔으니 매도는 기다렸다가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52만 5천원을 손실로 인식하고 내가 체감하는 손익은 0이다.

 

물론 이런 방법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나는 일반적인 손절보다는 덜 아프고 물타기보다는 손쉬운 방법을 발견하여 글을 남길 뿐, 손실을 쉽게 만회하는 획기적인 비결을 개발해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물타기 역시 엄밀히 따지면 눈속임이다. 잔고를 평단가로 보지 않고 주식 하나 하나마다 가격표를 붙인다면 특정한 주식 1주는 사는 그 순간 이미 가격이 정해져서 바뀌지 않는다. 나중에 그것보다 싸게 추가 매수한다고 해서 이미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가격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10,000원에 산 주식이 1,000원이 되어서 9주를 더 사서 단가가 1,900원이 되었는데 총 10주를 2,000원에 매도했다고 하자. 총이익은 1,000원이고  수익률은 평범한 수준인 5.3%정도다. 그런데 1,000원에 그 종목에 투자한 건 잘못 매수했던 10,000원짜리 물량이 없었다면 1,000원에 사서 2,000원에 판, 세자릿수 수익률인 대박 투자였다. 1,000원짜리 물량으로는 9,000원의 이익이 났지만 이미 보유중이었던 10,000원짜리 물량에서 발생한 8,000원의 손실 때문에 이익의 대부분이 상쇄되어 버린 셈이다. 단지 국내 주식 단가를 이동평균법으로 증권사 시스템이 취급하기 때문에 나중에 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면 먼저 산 주식의 가격도 내려가는 것처럼 느낄 뿐이다. 물타기는 기존에 발생한 손실을 같은 종목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상쇄 하는 것일 뿐이다. 감성적인 면을 완전히 배제한다면, 손실 만회를 반드시 같은 종목으로 해야만 할 이유는 없다. 다른 종목이 더 유망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종목을 매수해서 수익을 내서 계좌 전체 수익을 키우면 된다.

 

한번 결정된 매수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 하락한 이후 가격으로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이런 기법은 비록 눈속임일 뿐이지만 손실로 고통받는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는 있다. 마음이 아프지 않으면 손절도 쉽게 할 수 있어서 희망 없는 곳에 묶여있는 돈을 해방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내 주식의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다. 국내 주식은 해외 주식과는 달리 손실을 수익과 상계하여 세금을 줄이는 등, 손실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없다. 따라서 다시 오를 거라는 희망 없이 물린 국내 주식 종목이 있다면 이 방법을 과감히 시도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