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헬스장 이용 중단

누미 2021. 11. 13. 21:08

지난 6년간 다녔던 헬스장을 다음 주 부터는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직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원래 안맞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맞아볼까 생각했을 때는 주변에 백신을 보유중인 병원이 눈에 띄지 않았다. 백신이 있는 걸 어플로 확인하고 바로 찾아가보기도 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접종을 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물량이 부족하다보니 2차 접종 때 까지 기간도 너무 길어져서 효과가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급한 사람들에게 우선 양보하고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때 느긋하게 접종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다렸다.

 

11월이 되고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대부분 업종의 영업 제한이 풀렸다. 다만 헬스장은 11월 14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친 후 백신 패스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백신을 맞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정책의 내용을 보니 1차 접종자는 무접종자와 같은 취급을 하여 당장 접종을 하더라도 2차 접종 때 까지는 헬스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침 헬스장은 회비을 대폭 인상했고 내 잔여기간은 많이 남지 않은 상태라서 재등록을 할지 집에서 기구를 마련해서 혼자 운동을 할지 고민 중인 상황이었다.

유연성이 부족해서 데드리프트와 스쿼트를 안전하게 수행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트랩바로 안전하게 데드리프트와 스쿼트 운동 효과를 한번에 내고 싶었다. 헬스장에는 트랩바가 없어서 집에서라도 트랩바로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라고 막연히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백신패스 정책은 울고 싶던 차에 뺨을 때리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헬스장 이용을 그만 두는 내 결정이 그리 합리적이지는 않다.

근력운동을 하는 건 정신과 몸을 튼튼하게 하는 일이라 1년에 10여만원 정도는 더 지출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다. 그리고 기구를 사 놓고 집에서 운동하는게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꾸준하게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도 든다. 또한 집에서 혼자 운동하기 위한 기구들을 구입하는 것은 몇 년 치 회비 이상의 돈이 드는 일이다. 그리고 일단 백신을 맞고 2차 접종을 완료할 때까지만 운동을 쉬면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게 된다. 따라서 일단 백신을 맞고 운동을 잠시 쉬고 나서 2차 접종을 완료 후 다시 헬스장에 나가서 운동을 하는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내적 동기의 외적 동기화 문제와 손실회피 성향이 작용한 듯하다.

1차 접종 후 2차 접종을 받는데는 4주 정도가 걸린다. 4주 동안 운동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정책을 시행 전에 일찍 알려줬더라면 미리 접종을 완료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백신을 접종해볼까 라고 처음 생각했던 내적 동기는 나의 건강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정부 정책에 의하여 헬스장을 이용하기 위한 외적 동기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백신을 맞는 동기가 온전하게 충족되지 못한 불완전한 보상이 되어버렸다. 백신을 당장 접종하더라도 4주간은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외적 동기화 되어서 일종의 거래 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행위에 대한 보상이 불완전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때문에 백신 접종은 밑지는 거래라는 감정이 자리잡게 되었고, 그것이 논리적인지 여부를 떠나서 기분 나쁜 일은 굳이 하지 않겠다는 거부감이 발동 된 셈이다.

 

어쨌든 오늘이 마지막으로 헬스장을 찾은 날이고, 집에서 운동하기 위해 원판과 트랩바, 그 밖에 보조 장비들을 구입하느라 60만원 가까이 돈이 들었다. 헬스장에는 트랩바가 없기 때문에 다시 헬스장에 가더라도 집에서 계속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필요한 기구들이 30만원 어치 정도 남아있다. 이후 정부 정책에 변동이 생기거나 예전 요금으로 돌아간다면 장비들을 굳이 추가 구매하지 않고 다시 헬스장을 찾게 될 것 같은데 그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