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식

어메이즈핏 빕 사용기

누미 2021. 8. 31. 16:35

배터리가 오래가서 충전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화면도 항상 켜진 상태로 볼 수 있는건 비싼 워치들도 흉내낼 수 없는 확실한 장점이다. 정확한 구매시기가 기억나진 않는데 1년은 안되는 것 같다. 정식 유통제품이었으면 AS를 요청할 수도 있었을텐데...

 

걷기 운동을 할 때 속도가 궁금했다. 운동효과를 위해 시속 5.5킬로 정도로 걸어다니는게 좋을 것 같았다. 핸드폰으로도 가능하긴 했는데 다소 번거로웠다. gps가 내장된 저렴한 스마트워치를 찾다가 어메이즈핏 빕을 발견했다. 구입당시 bip s라는 신모델도 있었는데 그게 신모델인지 알지 못하고 실수로 구형으로 구입했다. 신형과 구형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전화가 올 때 상대방 번호가 안뜬다는 점과 음악재생 컨트롤이 안된다는 점이다. 비싸도 신형인 bip s를 사는게 좋다.

 

샤오미에서 유통하는 제품이라 mi fit 어플이 필요한데 mi bandage라는 어플로 대체가 가능하다. mi bandage어플을 쓰면 전화가 올 때 상대방 번호가 뜨게 설정할 수 있고 현재 듣는 음악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서 미핏보다는 미밴디지를 사용하는게 낫다. 그리고 미밴디지만 사용한다면 샤오미 계정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음악어플을 여러 종류 사용하는 경우 현재 재생중인 어플의 음악 정보가 아니라 현재 플레이중이지 않는 어플에 걸려있는 음악 정보가 나오는 문제가 있어서 다소 번거로울 수 있다.

 

gps가 되긴 하는데 배터리 소모가 많고 정확도도 떨어지는 편이다. gps를 쓰지 않으면 한번 충전으로 두 달 가까이 이용할 수 있는데 속도계를 사용하는 경우 10시간도 쓰지 못한다.

일정한 속도로 이동한다면 대충 실제와 비슷한 속도가 나오지만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는 정확한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자전거 속도계에는 25킬로가 표시될 때 시계에는 13킬로 정도가 찍혀있는건 예사고, 걷다가 잠시 서있을 때도 시속 5킬로 정도가 표시되기도 한다.

 

맥박을 연속으로 보기 위해서는 운동모드로 들어가야 한다. 달리기나 자전거 모드는 gps가 켜지고 속도를 표시하느라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맥박만 보기 위해서는 런닝머신 모드를 쓰는 게 좋다. 시계 자판에 표시된 맥박수치는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수치가 아니라 가장 마지막에 측정한 수치다.

 

이런 저런 단점들이 있지만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와 오래가는 배터리 덕분에 전반적으로 꽤 만족하면서 사용중이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겼다. 제품의 공식 스펙은 ip68등급으로 사실상 완전한 방수방진이다. 그래서 항상 착용한 상태로 부담없이 샤워를 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조금 전만 해도 40%가 넘던 배터리가 8%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메시지가 핸드폰에 떴다. 충전기에 거치했는데 충전표시가 뜨지 않았다. 잠시 후 미밴디지 어플로 기기 상태를 확인해보니 13%로 충전이 되어 있는데 화면은 먹통 상태였다. 그러다가 잠시 후 화면이 들어왔는데 화면의 색상이 완전히 반전되어 있었다. 검은 바탕은 흰색으로 흰 글씨는 검은 색으로 녹색이었던 부분은 붉은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백라이트에 불이 들어오니 물이 들어간듯한 얼룩이 비쳐보였다. 기기를 만져보니 앞면 뚜껑이 열려 있었다. 케이스와 디스플레이를 붙여주는 접착제가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고 샤워할 때 물이 세어 들어갔다. 검색을 해보니 디스플레이 분리 현상은 고질적인 문제였고 대략 1년쯤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증상이었다. 운이 나쁘게도 나는 하필 샤워 때 뚜껑이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원가절감 때문에 좋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못한 것 같다.

 

며칠 동안 말려봤으나 물이 들어간 듯한 얼룩에는 별다른 개선점이 보이지 않는다. 색 반전된 화면은 껐다가 켜니까 원래 색으로 되돌아왔다. gps와 속도계 기능은 정상이나 맥박은 측정되지는 않는다.

 

리튬 배터리는 500사이클 충전까지는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연간 충전 횟수가 10회도 되지 않는 물건이기 때문에 배터리 노후로 못쓰게 되려면 50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 다만 언제든 뚜껑이 열릴 수 있는 물건이니 오래 사용하고 싶다면 ip68등급이라는 스펙을 믿지 말고, 방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