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곧 클라우드(공상)
구글이 교육용 계정에 제공하던 무제한 용량 구글드라이브 서비스를 철회하기로 했다.
2022년 7월까지 보유중인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나 역시 교육용 계정에 상당히 많은 데이터가 있으나 씨게이트 회장 말대로 없어도 그만일 것들이라 크게 아쉽지는 않다. 그 데이터들을 굳이 살리려고 하더라도 20만원도 안하는 외장하드 한개만 구입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 지나갈 수 있다.
아마존 드라이브와 원드라이브의 무제한 클라우드 서비스, 치후360의 32테라, 텐센트 10테라, 바이두의 2테라(안들어가본지 오래되어서 아직 살아남아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초창기 같은 원활한 사용은 불가능) 같이 획기적인 용량을 자랑했던 클라우드들은 모두 사라져버렸고, 몇 년 전에 다음은 50기가 서비스조차도 포기해버렸다. 평생 무료일 것 같았던 구글포토도 올해 6월부터는 사실상 유료로 개편된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 "자유의 근원은 소유권이다" 같은 원론적인 깨닳음 외에 들었던 생각들에 대해 정리해본다.
구글은 100GB를 한달에 2,400원에 제공하고 있다. 한편 128GB SD카드의 값은 14,000원 정도다. 클라우드 6개월 이용료를 투자하면 내 핸드폰에 용량을 영구적으로 128기가를 추가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D카드를 구입하기 보다는 클라우드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대에 클라우드 역할을 했던 것이 웹하드인데, 웹하드의 기능은 세 가지였다. 첫째 내 컴퓨터가 아닌 곳에서 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불러올 수 있다. 둘째 내 파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배포할 수 있다. 셋째 내 컴퓨터의 데이터가 손상 되었을 때 백업본 역할을 한다. 클라우드는 웹하드에 비해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요금을 기꺼이 지불하게 하는 원동력은 아직까지는 서비스보다는 스토리지 기능 그 자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클라우드 업체들은 서비스의 질적 측면보다는 스토리지 용량을 요금체계의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은 웹하드이고 데이터를 저장해주는 기능에 비해 요금은 상당히 비싼편임에도 유료 소비자에게는 두번째와 세번째 기능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 및 USB 메모리의 대용량화로 첫번째 기능은 큰 의미가 없게 된지가 오래다. 세번째는 외장하드 같은 백업본으로 어느 정도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다만 두번째 기능은 구현하기가 좀 까다롭다. 이유는 이렇다.
1. 인터넷에 접속된 채로 항상 켜져 있는 컴퓨터가 필요하다.
2. 항상 접속할 수 있는 고정된 주소가 필요하다.
3. 보안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기능을 개인적 차원에서 구현하기 위한 것이 NAS다. PC에서 IIS기능을 이용해도 가능하지만 컴퓨터를 24시간 내내 켜놓는건 일반적 관점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라 별도의 나스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동IP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고정적인 주소 확보는 DDNS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공유기 제조사나 나스 제조사는 무료 DDNS를 제공하기도 한다.
보안 문제는 나스의 운영체제를 만드는 회사를 믿고 업데이트 열심히 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구글의 2TB 저장공간에 대한 요금은 연간 119,000원이다. 2TB를 나스로 구축한다면 2년 정도면 요금에 지불했을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데이터 손실에 대비하여 RAID를 구축한다면 회수기간은 좀 더 늘어난다.
구글포토의 무제한 용량를 편법으로 이용하기 전에 나스를 써 본 적이 있는데, 혼자 쓰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다. 비록 저전력 기기지만 혼자 쓰는 물건이라 이용 시간은 극단적으로 짧은데 하루종일 켜져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드디스크가 슬립모드인데도 이용시간으로 계속 카운트 되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구글의 교육용 무제한 스토리지가 제공되면서 더 이상 나스의 필요성은 사라져버려서 몇 년 째 전원을 꺼 놓은 상태다. 구글이 정책을 바꾸면서 결국 나스를 다시 사용하게 될 것 같은데 예전처럼 만족도가 떨어진 상태로 사용하게 될 것 같다. 나처럼 자료를 여러 사람들에게 배포하지 않는 이용자라면 나스보다는 고용량 SD카드가 오히려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나스를 구입했던 당시에 SD카드 규격은 SDHC였고 32GB가 한계였다. 반면 나스에 넣은 하드디스크는 3테라바이트였다. 대략 100배 정도 차이가 나는 용량이라 나스는 SD카드에 대비하여 대체할 수 없는 강점이 있었다. 한편 요즘 나스를 새로 구입한다면 8TB 정도 되는 하드디스크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요즘은 합리적인 가격 범위내의 SD카드 용량은 512GB이고 둘의 차이는 16배에 불과하다. 하드디스크는 발전 속도가 늦고 낸드플래시는 빠르다. 가격을 따지지 않는 최고 용량 제품의 경우는 SSD가 HDD를 따라잡은지 이미 오래다. SDXC규격은 2TB까지이고 현재 합리적인 가격 범위 내에서 구할 수 있는 512GB로부터는 단 2단계만을 남기고 있다. 2TB SD카드가 보편화 될 시점에서 나스에 장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범위의 HDD의 용량은 얼마나 커져 있을지에 대해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128TB까지 지원하는 SDUC카드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얼마나 커져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높지 않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성능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갤럭시S20에는 12기가 램이 탑재되어 있다. 특히 S20 울트라 한정판은 램 용량이 16기가에 달한다. 내장 메모리 역시 512GB나 된다. 요즘은 컴퓨터 견적을 낼 때 HDD를 넣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저장 용량 만으로는 웬만한 PC에 비해 부족하지 않고 앞으로는 PC를 추월할 가능성도 없지만은 않아 보인다. 장기적 관점으로 전망했을 때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뀔 수도 있다. HDD의 역할을 SD카드가 대체하는 것이다. 한편 스마트폰은 PC와 달리 네트워크에 연결된 채로 24시간 켜져있다.
스마트폰에 전화번호 또는 구글 계정 등을 활용해서 DDNS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기능을 탑재하여 고정된 주소를 확보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데이터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면 공유를 위하여 쥐꼬리만한 용량에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크게 줄어든다. 다만 데이터를 배포할 때 공유하는 스마트폰의 네트워크 대역폭이나 배터리 같은 자원도 사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와이파이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면 상대가 데이터를 받아갈때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빠르게 소모될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이렇듯 다수를 상대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상대가 가족, 친한 친구 등 소수인 경우라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다수에게 데이터를 배포하는 일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보편적 입장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는 어쩌다 한번 다수의 사람에게 데이터를 배포할 때나 사용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유할 데이터가 저화질 사진, 짧은 영상이나 문서 등 용량이 크지 않다면 SNS나 블로그를 활용해도 되므로 개인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자체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이런 생각은 현재 대세인 기술에 정면으로 반대 되는 것이기도 하고, 기업 입장에서 돈이 되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현실에서 보편화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스마트폰을 FTP나 WEBDAV 서버로 사용하게 하는 어플을 사용하면 이런 생각을 원시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는 있다.
나의 고질적인 열등제 선호 성향으로 떠올려 본 오늘의 공상은 일단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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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nas기능이 들어간 공유기들이 속속 판매되고 있다.
100메가비트 회선을 이용한다면 아무거나 사용해도 상관 없겠지만 기왕이면 기가비트 속도를 지원하면서 usb3.0 단자인 달린 제품을 고르는 게 좋을 듯 하다. 대용량 usb메모리를 하나 꽂아 놓으면 꽤 저렴한 비용으로 대용량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