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식

한국에 상장된 고배당 ETF투자시 유의점

누미 2021. 1. 24. 23:51

한국에 상장된 고배당 ETF에 투자하고 난 이후 시간이 지나고 나서 차트를 보면 내가 실제 매수했던 값보다 낮은 가격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유는 차트가 과거의 가격을 수정하기 때문이다. 이를 수정 주가라고 한다. 수정 주가는 무상증자 감자 액면분할 등을 하여 과거 주가가 현재 주가의 가치를 직접 비교하기 곤란한 경우 그 격차를 수정하기 위해 과거의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배당락도 문제가 된다. 배당락이 생기면 이전 종가는 배당금을 품지 않았던 가격으로 수정을 해야 주가의 진정한 가치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이유로 배당락이 있을 때 주가를 수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과거 주가가 수정되었으면 이론적으로는 다음 배당일이 올 때까지 수정된 가격을 다시 정상화 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 상장된 ETF들은 그런 조정 과정 없이 분배금을 지급할 때마다 과거 가격을 누적적으로 수정한다. 그 결과 과거 가격을 과소하게 평가한 차트가 만들어진다. 내가 ETF 1주를 1월 2일에 10,000원 종가에 샀는데 1년 후에 그 종목 차트에 그 날짜 가격을 보면 10,000원이 아니라 예를 들어 9,743원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생긴다. 1틱당 5원이지만 끝자리가 3원인 이유는 수정을 하다보면 1원 단위까지 동원해서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주가가 9,955원으로 하락해서 0.45% 손실이 났다라도 그래프는 1년에 2.1%정도로 미약하게나마 우상향 형태를 띄게 된다.

 

실례를 든다면, Arirang 고배당주(161510)의 2012년 8월21일 거래 종가는 차트상에서는 8,051원이다. 반면 실제 거래되었던 가격은 10,565원이다. 2021년 1월 24일 현재 Arirang 고배당주의 주가는 10,790원이다.

차트만 봤다면 8년 반 동안 주가가 약 34% 올랐다. Arirang 고배당주에 투자했다면 해마다 약 3.5%씩 복리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추가적으로 배당까지 챙길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8년간 주가는 10.565원에서 10,790원으로 거의 제자리 걸음을 했을 뿐이고 투자에서 얻은 수익은 사실상 그간 수령했던 배당금 뿐이다.

 

이렇듯 분배금을 지급할 때마다 사실상 주가가 누적적으로 올라간 것처럼 차트가 그려지는 것이 한국에 상장된 ETF의 현실이다. 투자대상이 미국 주식인 ETF역시 마찬가지다.

KODEX 미국S&P고배당커버드콜(합성 H) (276970) 종목의 2021년 1월 24일 가격은 9,685원이다. 차트를 보면 2019년 최고가는 12월 13일 9,370원으로 표시된다. 그러나 2019년 12월 13일 실제 종가는 10,105원이었다. 차트에서는 과거 가격을 약 7.8%정도 할인해서 표시했다. 그 날 종가로 주식을 구입한 사람 입장에서는 현재 원금 회복을 못한 상황인데 그래프로는 3.3%정도 수익이 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2022년 이후 시점에 차트를 보게 되면 2019년 12월 13일의 가격은 9,370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변경되어 있을 것이고 해가 갈수록 차트에 표기된 2019년 12월 13일 가격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반면 미국에 상장된 ETF의 차트는 수정되지 않은 실제 가격을 그대로 표시한다. 야후 파이낸스의 Historical data탭을 누르면 과거 일자별 가격을 볼 수 있고 이는 차트에 표기된 가격과 일치한다. Historical prices 표의 우측 두번째 항목은 "adj close"인데 아마도 수정된 종가를 의미하는듯 하다. 그 항목에는 한국ETF의 차트에 표기된 것 같이 실제 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분배락이 있을 때 보정을 한다면 반대로 분배일이 가까워질수록 ETF의 가치가 서서히 높이지는 것으로도 수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 상장된 ETF는 과거의 주가가 분배금이 발생할 때마다 차트의 과거 가격을 누적적으로 평가절하한다. 그것은 차트 모양을 실제보다 우상향으로 왜곡시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수익은 일정기간 주가의 상승과 그간 지급받은 분배금 수익의 합이다. 차트는 가격의 변동을 보여주는 수단이다. 분배금이 발생할 때마다 과거의 값을 평가절하하는 차트는 투자수익을 보여주는데는 적합할 수 있으나 가격 그 자체만을 표현하는 차트의 기능에는 반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종목에 대한 과대평가된 기대치를 갖게 하여 잘못된 투자결정을 야기시킨다. 따라서 국내에 상장된 ETF의 기대 수익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금융에서 시세탭을 눌러 하단의 일별시세에 표시된 과거 시점의 실제 가격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한국거래소가 제정한 '유가증권시장업무규정시행세칙 제30조 제1항 5호' 때문이다. 해당 조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투자회사주권 또는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 집합투자증권으로서 금전의 분배를 거래소에 신고한 종목은 제132조제1항에 따른 기준일의 2매매거래일 전일의 종가에서 주당(또는 좌당) 분배금액(분배금액이 확정되지 아니한 때에는 법 제238조제6항에 따라 산정된 기준가격중 17시까지 발표된 가격을 감안하여 산정된 분배예정금액)을 차감한 가격으로 한다.

 

조문의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란 ETF를 뜻한다.

ETF 운용사가 자사의 상품을 좋게 보이기 위해 과거의 주가를 절하하는 게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서 따르는 것이다. 다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투자자는 ETF의 성과를 과대평가하여 잘못된 투자결정을 할 위험이 있다.

 

-------------------------  추가  ----------------------------------

네이버증권, 다음증권 같은 포털 서비스 말고 증권사의 hts나 mts의 차트 기능을 사용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차트의 설정 메뉴에 들어가서 "수정 주가"에 체크를 해제하면 실제 있었던 가격으로 차트가 그려진다.

다만 수정주가에 체크하지 않으면 액면분할, 주식병합으로 주가가 변동된 것도 보정하지 않아서 주식을 분할했던 SK텔레콤 같은 회사의 주가 변동을 정확히 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ETF의 주가 변동을 볼 때만 해제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