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일단지 보상평가에 대해

누미 2019. 10. 22. 20:54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에 의하면 두 필지 이상의 토지가 일단지를 이루어 용도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일괄평가하는데, 용도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우란 "일단지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 사회적, 경제적, 행정적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당해 토지의 가치형성 측면에서도 타당하여 상호 불가분성이 인정되는 관계"를 뜻한다. 이는 토지보상평가지침 제20조 제1,2항과 같은 내용이다.

 

말은 길지만 구체적이지는 못한 기준이다. 사회적, 경제적, 행정적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토지의 가치형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말이 곧 최유효이용을 뜻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명확한 판시가 없다면 두고 두고 말썽을 부릴 판단 기준이다.

 

한편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18조 제3항은 "이 규칙에서 정하지 아니한 대상물건에 대해서는 이 규칙의 취지와 감정평가의 일반이론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판단, 평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일단지 판단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따로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용도상 불가분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감정평가의 일반이론인 최유효이용 판단기준을 차용할만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감정평가사들은 실무상에서 둘 이상의 필지를 일단지로 볼지에 대하여 단지 그 두 필지들이 한 건물의 부지로 이용 중인지 여부만을 따진다. 이는 토지보상평가지침 제20조 제3항을 아무 생각없이 어설프게 따르다가 생긴 잘못된 관행이다. 해당 조문은 두 필지 이상 토지의 소유자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일단지로 보지 아니하나 (예외적으로) 하나의 건축물의 부지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 일단지로 보고 일괄평가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두 필지의 소유자가 서로 다른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일괄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데도 소유자가 동일한 필지들에도 습관적으로 해당 조문을 적용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대개 판례들에서 한 건물의 부지로 이용중이지 않은 필지들에 대해서 용도상 불가분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다. 그러나 각 필지들이 주 건물과 보조건물 각각의 부지로 이용된 경우에도 용도상 불가분성을 인정한 2005년 의정부 금오동 150-64번지 공장 건물 판례가 있기 때문에 건물의 물리적 일체성 여부가 토지의 용도상 불가분성을 판단하는 법원의 유일한 기준이라 볼 수는 없다.

 

둘 이상 인접한 필지들에 각각 건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개별평가를 한다면 토지보상법 시행칙 제22조 제2항 나지상정 평가 원칙에 위배된다. 법원은 법규명령에 위배되지 않은 판단을 해야 한다. 건물의 존재여부 때문에 토지의 가치가 저해된 것은 건부감가다. 보상액 산정에 건부감가가 반영된다는 것은 최유효이용 상태로 보상액을 산정하려는 나지상정 평가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법 적용이다. 따라서 건물의 일체성 여부로 용도상 불가분성을 판단하는 기존의 판례들이 나지상정 원칙을 무시한 판단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건물의 일체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용도상 불가분성을 부정한 판례들을 분석해보면 그 사건 토지들은 나지로 상정하여 평가하더라도 용도상 불가분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들이다. 예컨데 동일인 소유의 인접한 필지지만 용도지역, 지구, 지목이 다르거나 지반이 연속되지 않아 한 건물의 부지로 이용에 물리적, 법적 제약이 있는 토지들에 대하여 판례는 건물의 일체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했고 건물의 일체성이 부정되는 경우 개별평가할 것을 판시했다.

인접한 필지들의 용도지역, 지구,, 지목이 동일하고, 지반이 연속되는 등 한 건물의 부지로 이용 가능성이 명백한 경우에도 용도상 불가분성을 부정한 판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얼핏 단일 용도로 이용이 곤란해 보이는 토지더라도 토지의 특성인 개별성과 용도의 다양성, 분할 합병의 가능성과 소유자의 사용 능력에 의하여 그것을 일단지로 이용하여 토지의 효용을 최대로 끌어낼 수는 있다. 나지로 상정하더라도 물리적, 법적 제약으로 단일 이용이 곤란해 보이는 필지들이지만 소유자가 그것을 실제로 하나의 건물의 부지로 이용했다면 그러한 이용상황 자체가 그 필지들의 최유효이용에 대한 경험적 증거를 스스로 제시한 셈이 된다. 그런 경우 법원은 나지상태에서 단일용도로 최유효이용이 불분명하다 판단되더라도 용도상 불가분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기존 판례들이 나지상정평가 원칙을 배제하면서 보상액에 건부감가를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나지상정 상태로는 용도상 불가분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일체성 있는 지상 건물 덕분에 불가분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들이라 할 것이다.

 

건부지가 아닌 나지, 잡종지 또는 임야 같은 경우 역시 용도상 불가분성은 최유효이용과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 도로에 접한 소규모 토지와 그에 인접한 광평수 맹지 임야에 대해 대법원은 용도상 불가분성을 부정한 바 있다. 통상적인 시장의 일반적인 거래에서 소규모 토지가 도로에 접해서 발생하는 효용이 인접한 광평수 임야의 가치 형성에 영향을 미쳐 그 광평수 토지까지 도로에 인접한 필지로서 가격이 형성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용도상 불가분성의 판단 기준에 대한 내 결론은 나지상정 최유효이용 분석이다. 나지상태에서 일단지 이용이 최유효이용인지 개별 이용이 최유효이용인지를 판단하면 된다. 최유효이용 분석은 나지상태로의 분석과 지상물이 있는 상태로의 분석으로 나눠진다. 나지상정 원칙을 규정한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22조 제2항에 따르면 지상물이 있는 상태의 최유효이용 분석은 불필요하다.

그리고 나지상정 분석으로 용도상 불가분성 판단 여부가 애매한 경우는 지상 건물을 볼 필요성이 생긴다. 지상 건물의 일체성으로 인하여 단일이용이 최유효이용이라는 경험적 증거가 확보된다면 예외적으로 건물의 일체성 여부에 따라 용도상 불가분성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2019년 10월 대법원은 한 건물의 부지가 아닌 동일인 소유의 인접한 두 필지에 대해서 용도상 불가분성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2019두46398 관련기사: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120612192937892&type=1)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재개발 사업인가 당시 해당 필지들은 각각 건물의 부지로 이용중이었고 종전자산평가는 개별평가로 이루어졌다.

소유자는 분양신청만 하고 분양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가 사업의 진행으로 건물이 철거된 이후 조합원 지위를 포기하고 현금청산을 요구했다. 현금청산 감정평가의 가격시점에 건물들은 이미 철거되어 없었고 소유자는 일괄평가를 요구했다. 법원은 가격시점에 건물들이 멸실된 상태이므로 나지상태에서 양 필지에 대한 용도상 불가분성을 판단했고 결국 소유자의 청구를 인용했다.

 

위 판례는 가격시점 당시 현황이 나대지였던 상태에서 지상 건물의 일체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용도상 불가분성 여부를 판단했다. 상기 판례를 전제로 만약 가격시점 당시 건물들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보상금 증감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용도상 불가분성을 부정하여 개별평가하도록 판결했다면 이는 법원이 법규명령인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22조 제2항에 위배된 판결을 내린 셈이 된다. 지상 건물의 존재에 의하여 토지의 가치가 저하된 것이고 이는 달리 말해 건부감가를 보상액에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견해는 각각 필지에 각각 건물이 있더라도 나지상정에서 최유효이용을 판단하여 양 필지의 용도상 불가분성을 판단하는 것이 시행규칙 제22조 및 기존 판례들의 입장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위의 최신 판례는 이러한 판단 기준으로 발전해 나가는 중간 단계의 판례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아직 명확한 판례가 확립되어있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분쟁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토지보상법 제25조 인용 의무에 의하면 사업 인정 이후에 토지소유자등은 개발행위나 건물의 철거 등을 할 수 없다. 다만 토지 합병은 인용의무에 들어있지 않는다. 그러나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제86조에 의하여 대부분 공익사업에서 토지 합병 신청은 사업시행자에게 청구해야 하는데 사업시행자는 그로 인해 스스로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면 청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따라서 사업인정 이후 가격시점까지 토지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공익사업 시행에 관한 공고가 나면 사업인정 전까지 미리 인접지를 합병해 두는 것이 좋다.

 

 

 

 

 

이 글에서 제시한 일단지 인정 여부 판단 과정은 아래 그림으로 간략히 시각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