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아팠던 사람의 고충

누미 2019. 7. 28. 00:16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 시련을 당한 사람은 시련을 극복한 후에 더 강해진다. 그런데 시련을 극복하지 못한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무심히 제 갈 길만을 가고 삶은 좋든 싫든 시간에 얹혀서 흘러간다.

극복하지 못한 시련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통증과 함께 잊혀져 간다. 아프지 않으니 극복했다거나 치유되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아픈 사람은 아팠던 사람이 된다.

 

사고를 당해서 인대나 관절이 손상된 사람은 사고를 당한 시점에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할 수도 있고 상처가 방치될 수도 있다. 별다른 조치가 없더라도 인체의 자체 치유 능력에 의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증은 잦아든다. 그런 경우 더 이상 아프지는 않지만 신체는 예전 상태대로 회복이 되었지 못할 수도 있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을 때 제대로 된 치료 없이 상처를 방치하면 훗날 통증은 사라지지만 걸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과거의 시련이 세월의 흐름에 의해 더이상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영구적인 변형, 기능 상실 등등으로 현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지 않으니 걷겠다고 발걸음을 내딛다가 고꾸라진다. 가끔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환지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가 "난 아팠던 사람인데 지금 와서 왜 아플까?"라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