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옳고 그름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을까

누미 2011. 5. 23. 21:40

글을 쓰고 나서 한참이 지난 시점에서 이 글의 결론을 내린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따라 개인의 자유와 배타적 권리를 보장한다.

밴담의 공리주의로 나머지 영역을 다룬다. 밀의 공리주의는 자의적인 판단이 많이 작용해서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

이런 기본적인 체계 안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칸트의 정언명령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애매할 때는 섞어보면 훨씬 나은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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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혼란을겪고 있다.

양심이란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광신자는 자기의 양심에 따라 경건한 마음으로 테러를 저지를 수 있고, 멀쩡한 나라 안의 반체제 인사 역시 억누를 수 없는 나름의 선한 의무감으로 이적 행위를 할 수 있다.

 

칸트는 나의 행동이 보편적인 규범이 될 수 있는지로 판단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는 무엇인가의 마이클 센델 교수는 TV특강에서 모든 사람이 그런 일을 행해도 사회가 지탱될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설명하면서 이렇게 예를 들었다.
아무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약속을 지켜야 한다.

테러나 이적행위 역시 이 기준으로 거를 수 있다.

얼핏 맞을 듯 하나 이런 가정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은 흔하지 않다.

모든 사람이 범죄만 저지른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범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모든 사람이 성매매업만 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매춘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모든 사람이 투기행위만 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투기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모든 사람이 식당영업만 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식당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점점 이상해 진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한다면"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면" 이라고 가정을 살짝 바꾸면 된다.

모든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싶다고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모든 사람이 투기를 하고 싶다고 실제로 투기를 한다면...
이로써 식당 영업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또 문제가 생긴다.
투기를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자산의 원활한 거래 측면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는 모든 사람이 하면 안되지만 소수의 사람이 투기를 하는건 사회 전체에서 플러스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이 하고 싶다고 실제로 한다면"이라는 조건과
모든 사람이 하지 않는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부작용은 없을까는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투기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곤란함.
모든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다면 곤란하지 않음.
이로써 투기와는 달리, 범죄는 확고하게 금지된 행위가 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는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을 하기 어렵다.

미성년자와 성관계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특별히 나쁜 일이 있을까?
아무도 미성년자와 성관계 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좋거나 나쁜 일이 있을까?

절대 선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공리주의적인 기준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오류가 있는듯 하기도 하다.
주워들은 지식에서 오는 한계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나중에 더 공부할 여지를 남겨 놓기로 한다.

지금의 이해 수준에서는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직감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런데 사람마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자신이 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분쟁을 피하기는 어려워진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그게 뭐 어때서? 라고 되묻는 사람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기껏해야 "네 막내 여동생이..." 또는 "네 딸이 그런다면..." 에서 벗어난 논리적인 대답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옳고 그름을 결정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는 원칙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만약 그런 원칙을 찾아내더라도 그것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거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을 획일적으로 정하다보면 전체주의적인 사고에 이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행위가 보편적인 규범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앞서 예를 든 이적행위는 윤리적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체제를 전복함으로써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윤리적이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수천년간 신분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에서라면 신분제 자체가 보편적 규범이라 여겨질 것이고 그것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보편적 규범에 반하는 것이라 비윤리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수천년간 이어진 신분제는 그 존재 자체가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이는 순환 논리이다. 신분제가 지배했던 시대에는 그것을 거부하는 행위는 비윤리적인 행위이고 처벌의 대상이 되었으나 신분제가 없는 현 시점에서 판단했을 때는 신분제 사회를 전복하려는 이적 행위가 오히려 윤리적이다.

 

어떤 행위가 보편적 규범에 해당할 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약속은 지켜야 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등 몇가지 구체적 원칙 이외에는 특정 사안에 대해 다름이 아닌 틀림을 정확히 구분해 낼만한 기준을 찾아내기란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