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의 제단
고대 그리스 델로스 섬에서 전염병이 돌았다. 전염병을 고치기 위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신탁을 받아보니 아폴론은 신전 제단의 부피를 2배로 늘리면 병을 고쳐주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제단의 치수를 2배로 늘렸으나 부피는 8배가 되어 전염병은 고쳐지지 않았다.
니콜라스 나심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 마라'를 보면 컴퓨터를 이용하여 복잡한 수학적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는 예를 찾을 수 있다. 원주율을 구하기 위해서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할 수도 있지만 원이 내접하는 정사각형에 무수히 많은 점을 임의로 찍어 원의 안쪽에 들어가는 점의 비율을 이용해 원주율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폴론 제단의 부피를 2배로 하기 위해서는 2의 세제곱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확한 값을 수학적으로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행착오법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근사값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이 정확한 값은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무리수인 2의 세제곱근의 정확한 값을 알더라도 그것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눈금이 달린 자(ruler)는 있을 수 없고 작도를 해도 그 길이를 알아낼 수는 없다. 그리고 만약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을 정확히 잘라낼 수 있는 연장 역시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알고 제작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근사값일 수 밖에 없다.
일단 2의 세제곱근이 어느정도의 숫자일지 짐작을 해 볼 수 있다. 제곱근이 1.4 정도니까 세제곱근은 1.2나 1.3 사이쯤이라고 어림짐작 해 볼 수 있다.
1.2^3=1.728
1.3^3=2.197
1.25^3=1.95315
1.26^3=2.000376
1.2599^3=1.99989975799
1.25992^3=1.999995000191488
1.25993^3=2.000042522521657
2의 세제곱근은 1.25992와 1.25993 사이에 있다.
보간법을 이용해보면
1.25992 + 0.00001 * (2-1.999995000191488) / (2.000042522521657-1.999995000191488)
= 1.2599210520966657610362010108697
을 구할 수 있다.
이것을 세제곱하면 2.0000000104853836689234438358202....이 되므로 2의 세제곱근과 매우 가까운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불가피한 측정 오차나 제작 오차의 범주안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정확도다.
굳이 2의 세제곱근을 구하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 없이도 사실상 2의 세제곱근과 다름 없는 수치를 몇번의 계산만으로도 구해낼 수가 있다.
신화는 2의 세제곱근을 구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담았으나 현실에서 문제 해결의 영역에 들어온다면 별 의미 없는 이야기에 불과한 듯 하다. 학문적, 논리적 정합성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인 듯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