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권 거래 및 개발권 양도 제도의 근원적 문제점
공중권 거래와 개발권 이전(TDR)은 토지 이용 규제를 전제로 존재할 수 있는 제도이다. 토지를 이용하고 개발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 행사다. 재산권 행사는 개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는 여러 제한이 있다. 토지이용규제는 토지의 고정성과 지역성으로 인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막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어떤 토지의 개발 및 이용에 제한은 사회적으로 그렇게 해야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정당화 될 수 있다.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제한은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볼 수 있다.
공중권 거래나 TDR은 그런 관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어떤 토지가 건폐율 50% 용적률 500%라고 가정한다. 수치상으로 10층까지 건축이 가능하다.그런데 애당초 500%라는 수치는 그 토지가 필연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천부적 특성이 아니라 정부에서 공공적 관점에서 임의로 결정한 수치일 뿐이다. 여러 사정을 감안했을 때 500%인게 사회적으로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결정했고, 소유자는 그 결정에 따라 자신의 토지의 이용에 제한을 받게 된다. 정부에서 정하지 않았다면 소유자는 20층을 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주변 환경이 20층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 지역이라면 소유자는 과도한 건축이 손해로 이어진다고 예상할 것이다. 그러면 20층 건물을 짓지 않고 그 지역에 적합한 규모로 개발하게 된다. 따라서 규제가 없더라도 개발자가 합리적이라면 시장원리에 따라 과도한 개발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토지 이용 규제는 과도하게 개발을 해서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는 폐혜를 방지하는 목적 보다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차단하는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지역의 건폐율이 50%이고 용적률이 500%라는것은 그 지역에 10층 500%를 넘는 건물이 생기는 것이 공공적 관점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건폐율 50% 용적률 500%인 지역에서 건축주가 용적률 200% 상당의 개발권을 건물의 용적률을 700%로 늘리면, 14층까지 건축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돈을 주고 개발권을 구입해서 4층을 더 올리면 그 지역에 적합하지 않고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건물을 만들게 된다. 스카이 라인을 망친다든지 교통 문제나 주차 문제를 악화시킨다든지 주변 건물의 일조권이나 조망권을 침해한다든지 그 폐혜는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돈을 많이 써서 개발권을 구입하면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개발이 가능해진다. 만약 돈이 흘러 넘치는 재벌 기업이 저소득층이 몰려사는 동네나 농어촌을 돌며 큰 돈을 써서 개발권을 대량으로 구입한 후 초고층 건물이 전혀 안어울리는 지역에 200층짜리 사옥을 지어서 주변에 해가 된다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것이다. 공중권 거래나 개발권 양도는 그 지역에 적합하게 합리적으로 지정된 규제를 무력화시켜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
타지에서 개발권을 구입해서 더 높은 건물을 지어도 주변 환경에 아무런 악영향이 없는 지역이라서 개발권 거래와 사용을 허가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기존 규제 자체가 적정 수준 이상의 과도한 제한이란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이는 재산권에 대한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재산권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재산권은 법으로 정하지 않아도 당연히 인정되는 인간의 천부적 권리이고 법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재산권의 행사와 제한을 법적으로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둘째, 재산권은 헌법 23조1항에 의해 비로소
인정되는 법적 권리로 보는 관점이다. 이는 권위주의의 산물로 전근대의 왕토사상에서 비롯된 사고방식인 듯 하다.
전자는 헌법 23조와 관계없이 재산권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후자는 헌법에 의해서 발생하는 권리로 보는 관점이다.
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의 천부적 권리를 공익 달성을 위해 정부에 양보했는데 정부는 부당하게 공익 달성 목적보다 높은 수준으로 제한하여 나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된다. 달리 말해 애초에 규제한 것 보다 더 많이 개발을 해도 문제가 없었을 지역을 과도하게 규제하여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막은 것이다.
후자의 관점이라면 재산권은 법으로 인정해야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법에 의한 과도한 이용 제한은 소유자의 권리에 손해를 끼친 것이 아니라 그 제한시킨 상태 자체가 그 재산의 가치가 된다. 따라서 정부가 임의로 정한 제한이 과도한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 자체가 없다. 이용을 제한한 상태에서 재산권이 비로소 발생되기 때문이다. 다만 개발제한구역 내 나대지 같은 경우는 기존 목적으로 사용 수익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해진 극도로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역시 손실보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전자의 관점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각종 토지 관련 법체계 및 제도, 판례들은 후자의 관점을 전제로 확립되어 있다. 개발권 양도나 공중권 거래도 철저하게 후자의 관점이다. 전자 관점에서 후자의 관점은 일종의 가치 전도이다.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잡아서 노예로 삼은 후 노예선에서 음식을 주면서 '내가 너네들을 먹여 살린다'라고 말하는 노예 상인 같은 마인드로 비춰진다.